■ 오묘하고 적절한 쉼이 있는 곳

고양이를 좋아하는 냥집사들에게 묘적사 ‘냥이와 함께하는 힐링 템플스테이’는 '성지'로 통한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대웅전 앞마당에 발라당 누워 있는 고양이와 한적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냥집사들에게 묘적사 ‘냥이와 함께하는 힐링 템플스테이’는 '성지'로 통한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대웅전 앞마당에 발라당 누워 있는 고양이와 한적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4월 기획한 ‘냥이 힐링 템플’
평일 주말 구분 앉고 조기 예약 마감
2025년 5월부터 11달 2139명 다녀가

‘치즈냥’ ‘턱시도’ 등 고양이 12마리와
망중한 즐기며 느긋한 여유로움 누리고
‘차담’으로 불교 호기심 푸는 시간 인기

지난해 묘적사가 처음 시작한 ‘냥이와 함께하는 힐링 템플스테이’는 채 1년이 되지 않아 연일 조기 마감을 기록하며 ‘핫플레이스’로 등극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2030세대에게는 이미 ‘성지’로 통하는 곳, 이제는 예약조차 어려워진 묘적사를 지난 2월27일 찾았다.

사찰에 들어서자마자 ‘꺄~’ ‘귀여워~’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대웅전 앞마당을 제 집인양 휘젓고 다니던 노란 털의 ‘치즈냥’이 발라당 누워 배를 뒤집은 것. “어머, 얘 좀 봐요. 만져봐도 될까요?” 방금 입방을 마친 참가자가 조심스레 묻자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대일스님이 “그럼요”라고 흔쾌히 답했다.

“절에 계시는 동안 고양이들하고 마음껏 놀아 주세요. 다만 지금은 추위에 적응 중이니 방사에는 들이지 말아 주시고요, 냥이들이 생활하는 차담실에서 놀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아 참, 허피스(고양이 감기라고도 불리는 바이러스) 때문에 새끼 고양이에게는 사료와 간식을 주지 말아 주세요.”

주의 사항을 전해 들은 참가자들이 마음 놓고 ‘고양이와의 망중한’에 나섰다. 방사 앞 마루에 걸터 앉아 ‘방에 들어가고 싶다’며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는 고양이를 한참 ‘쓰담쓰담’하다가도, 도량을 둘러 보다 산신각을 오르는 길목에서 또 다른 고양이와 마주쳐 첫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대웅전 앞 나무 바닥에  누워 '그르릉~' 골골송을 부르며 봄볕을 쐬고 있는 고양이들과 이 순간을 기억하기 위한 사진과 영상을 찍기도 하며 저마다의 자유 시간을 만끽했다.

집사 체험을 할 수 있어 묘적사를 찾았다는 대학생 박예진(27) 씨는 “고양이와 함께하는 시간 그 자체가 힐링”이라며 “고양이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쓰다듬고 있으면 어느새 웃음이 난다”고 했다. 박 씨는 “고양이를 너무 사랑하지만 알레르기 때문에 집에서 키우기 어렵다”며 “평소 템플스테이에 관심이 있던 데다 묘적사에 오면 좋아하는 고양이와 마음껏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해서 몇 달 전부터 어렵게 신청해서 겨우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내 곳곳을 다니는 묘적사 고양이는 모두 12마리. 노란 털이 특징인 ‘치즈냥’, 몸은 까만데 입 주변만 흰색인 ‘턱시도’, 흰색 바탕에 주황 털과 까만 털이 자라는 ‘삼색냥’ 등이다. ‘불법승’에서 이름을 딴 불이, 법이, 승이부터 금강경에서 착안한 금이, 강이 등 생김 만큼이나 성향도 제각각으로, 이제 막 태어난 지 2개월 된 새끼 고양이부터 지긋한 나이의 어른 고양이까지 다양했다.

방사 앞에서 고양이가 기다리고 있다.
방사 앞에서 고양이가 기다리고 있다.
염주 만들기 시간에도 함께.
염주 만들기 시간에도 함께.
차담 시간도 고양이 쓰담쓰담은 빼놓을 수 없지.
차담 시간도 고양이 쓰담쓰담은 빼놓을 수 없지.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대일스님과의 차담. 남성 보다 여성 참가자가 많다.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대일스님과의 차담. 남성 보다 여성 참가자가 많다.
마당에서 발견한 턱시도 고양이.
마당에서 발견한 턱시도 고양이.
법당 어딜가나 고양이가 있다.
법당 어딜가나 고양이가 있다.

묘적사 템플스테이의 가장 큰 특징은 참가 유형과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나 고양이가 함께한다는 것. 스님과의 차담, 저녁 예불, 108배, 염주 만들기, MBTI(성격 유형) 맞추기, 새벽 별보기 등 다양한 불교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프로그램이든 휴식형이든 모두 고양이가 함께 한다.

‘스님과의 차담’ 시간에 쏟아지는 질문도 대부분 고양이에 대한 것. “스님, 묘적사의 ‘묘’는 고양이 ‘묘’인가요?” “정말 하루 종일 고양이만 만지다 가도 돼요?” “여기 있는 고양이들은 어디에서 왔어요?”

질문과 답이 오가는 사이 고양이들은 틈새를 비집으며 힐링 에너지를 불어 넣는다. 차담 도중 무릎 위로 올라와 ‘그릉그릉' 잠이 드는 모습으로 나른하고 느긋한 여유를 전하는 금이, 만지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발바닥 젤리(고양이 발바닥에 있는 털이 없고 말랑말랑한 붉은 부분)를 기꺼이 내주며 ‘쪼물 쪼물’ 시간을 선사하는 강이 모두 친화력 좋은 '개냥이과'들이다.

고양이에 대한 호기심 뒤엔 자연스레 스님과 사찰에 대한 질문 공세가 이어진다. “실례가 안되면 왜 출가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스님들은 화를 잘 안낸다고 하던데, 화가 날 때는 어떻게 하세요?” “30대가 되니까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감이 생겨요.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고양이에 대한 높은 관심 때문에 스님과 사찰에 대한 시선이 분산될 때도 있지만 묘적사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사찰도 그 속도를 따라가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문턱을 최대한 낮춰서라도 사람들이 찾아오게끔 만들어야 (불교 미래)그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고 믿는다.

실시간 소통과 참가자들 편의를 위해 QR코드를 통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운영하고, 인스타그램 DM 등을 한껏 활용해 참가 후기 또는 예약을 받고, ‘묘적사 SNS’를 팔로우하면 고양이 캐릭터 선물을 주는 이벤트를 여는 것도 그 일환이다. 묘적사 주지 법륜스님(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은 “묘적사 템플스테이 특징 중 하나는 불자 보다 비불자가 많은 것”이라며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불교 문화 속에서 좋은 기억, 행복한 추억을 만들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묘적사는 지난 2025년 5월 ‘냥이와 함께하는 힐링 템플스테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후 11개월(2025년 5월~2026년 3월) 만에 약 2139명의 참가자가 다녀가는 기록을 세웠다. 2024년 1년 간 539명이 참가한 것에 비하면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프로그램당 16명의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에 신청 인원은 이보다 더 많다.

밀려드는 참가 신청에 묘적사 주지 법륜스님은 “자신이 원하는 환경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요즘 세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런 그들의 요구에 맞춰 사찰이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고민한 결과 아닐까 싶다”며 “사찰을 처음 찾아오는 이들이 많은 만큼 불교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계곡 명상을 하고 있는 체험형 참가자들.
계곡 명상을 하고 있는 체험형 참가자들.
불자는 아니라도 사찰에선 '합장' 포즈가 제격이다. 
불자는 아니라도 사찰에선 '합장' 포즈가 제격이다. 
고양이와의 망중한.
고양이와의 망중한.
묘적사에 있는 동안 얼마든지 고양이를 만질 수 있다.
묘적사에 있는 동안 얼마든지 고양이를 만질 수 있다.
대일스님 품에 안긴 고양이.
대일스님 품에 안긴 고양이.

묘적사 템플스테이는...

‘냥이와 함께하는 힐링 템플스테이’ 인기가 높다. 휴식형, 차담형, 체험형으로 나뉘는데 휴식형은 사찰에 머물며 온전히 고양이와 자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차담형은 ‘스님과의 차담’을 통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포함하며 체험형은 계곡 명상과 108배, MBTI 맞추기 등 자연 환경과 트렌드를 활용한 불교 문화 탐방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묘적사’다. 수도권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남양주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은데다 사찰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일일 고양이 집사 체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키우고 싶지만 여건이 안되거나 알레르기가 있어 고민이라면 고즈넉한 산사에서 하룻밤이라도 집사의 삶을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덧, 고양이가 있다고 해서 ‘고양이 묘(猫)’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지만 ‘묘할 묘(妙)’에 ‘고요할 적(寂)’을 쓴다. ‘오묘하고 고요한 쉼이 있는 절’이라는 뜻의 묘적사는 원효대사가 창건했고 국난 때 나라를 지킨 승병을 길러냈던 유서 깊은 사찰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묘적사’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묘적사’다.